대학원 입시/나의 이야기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하기 (3) 화학공학과 새내기들과의 수업

머크 2022. 3. 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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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을 하고, 화학공학과로 전과하겠다는 마음은 먹은 후 화학공학과가 들어야 할 수강신청을 했다.

새내기들과 함께 일반물리, 일반화학과 같은 기초과목들을 수강해야 한다니 참 복학생으로써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소식을 들었는데, 내가 복학하는 해부터 정원이 줄어 새내기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올랐다고 한다. 왜 내가 복학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지.. 과고 생들의 비율도 늘어서  학점을 따기 더 어려워진 건 아닐까? 큰일이다.. 얘네들을 이기려면 하나밖에 없다.. 노오오오력..!

 

"새내기들은 언제나 그렇듯 매일 논다. 내가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밖에 없다"라는 생각으로 복학 첫 학기에는 같이 다니는 몇몇의 친구들과 밥을 같이 먹으며 도서관에만 박혀서 공부만 열심히 했다. 동아리 참여도 거의 하지 않고, 도서관에만 박혀있었다.

 

솔직히 시간 대비 효율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나는 기본 개념도 모르는 내용이라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수업도 영어로 진행했기에 수업 때 제대로 이해하기보다는 도서관에서 한국어 번역본을 찾아서 이해해야 했다. 문과에서 이과로 넘어오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그것도 대학 들어와서 말이다. 

 

수업이 보통 10시 반이었기에, 매일매일 9시 반에 일어나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다시 수업을 듣고, 사이사이 비는 시간에는 도서관에 가서 그날 배운 것들을 복습하는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낸 지 어느덧 1달 반 가량이 지났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처음 중간고사에서는 그렇게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한 B+ ~ A-정도의 성적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어떤 마음이 들었냐면, 내가 과고생들이랑 같이 시험을 봤는데, 평균보다 조금 높은 성적이 나왔구나! 나도 비벼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 번 결과를 내니, 더 높은 성과를 얻고 싶었다.

중간고사가 지나도 똑같이 지난날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돌아올 때까지 도서관에서 복습을 했고, 친구들은 너 고시 공부하냐, 미쳤냐, 공부 좀 그만하고 술 한잔 쌔리자 라고 말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안 놀아준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다. 그만큼 나는 새내기들을 이기고 싶었다. 배수의 진 느낌이었다. 군대도 다녀와서 도망갈 곳 도 없고, 전과를 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앞으로도 길이 안 보일 것 같은 느낌에 정말 열심히 했다.

 

기말고사는 중간고사보다 훨씬 더 시험을 잘 보았다. 공부했던 것이 쌓이면 쌓일수록 새로 배우는 내용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져서 기말고사에는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일반화학 1 수업에서는 A0라는 아주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중간고사의 만족감이 기말고사에 더 잘해보자라는 동기부여가 되고, 기말고사에도 좋은 성적을 받아 A0를 얻은 이 경험이 내 남은 학부 인생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었다. 

 

 

문과 출신, 군대로 인한 2년의 지적 공백, 화학공학과로 전과, 이 세 개의 악재를 디딘 후 얻은 좋은 결과라서 그런진 몰라도 하면 되는구나! 더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복학 후 첫 학기다. 

 

그 후 다음 학기에서는 살짝 아쉽지만 A-를 조금 많이 받았다. 그래도 내가 처한 상황에 비하면 정말 만족할만한 학점을 받았다.

일반물리학 2가 전자기학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전자기학은 정말 나랑 맞지가 않았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인지 전자과로의 전과는 상상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최곤데..)

복학 후 첫 학기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매 학기 받는 성적표가 나의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때부터는 학기말 받는 성적을 위해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힘을 내었고 나의 3학년 이야기는 다음 게시물에서 이어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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