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하기 (4) 학생회에 들어가다
3학년이 시작하기 전 2학년의 마지막 겨울방학이었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우리 학교 화학공학과에서는 학생회의 주최로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공지사항이나 수강하는 과목별 질문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무슨 질문이었는지는 기억이 확실히 나지는 않지만 아마 학사행정에 관련된 것을 오픈톡방에 질문을 했었다. 그때 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는 형으로부터 답장이 왔고, 따로 개인톡이 왔다.
염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프로필 사진과 배경사진을 보니 대외활동에 많이 참여한 것 같은데 학생회 한 번 같이 해볼 생각이 없냐는 내용의 카톡이었다. 나는 경영학과 출신에, 군대를 다녀온 후 전과를 했던지라 수업을 같이 들을 친구가 없었다. 시험 관련 소스뿐만 아니라 과제를 같이 하거나, 뭐 하나 물어볼 곳이 마땅히 없었는데 먼저 우리 회장님께서 이런 제안을 해주시니 정말 좋았다!
방학 때 마다 이것저것 대외 활동을 많이 해둔 것이 이럴 때 빛을 보는구나 싶었다. LG 드림챌린저, 삼성 드림클래스, 현대 해피무브까지 매 방학 때마다 새로운 대외활동을 찾아서 도전했다. 남들이 말하길 그거 경쟁률 세서 어떻게 하냐?라고 했지만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을 배운 나의 대외활동 경험은 지금까지 와서도 새로운 것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 줬다.
개강을 하고, 학생회 인원을 모으기 위해 신청을 받고 면접을 본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내정자인가...? 아닌가...? 싶었지만 열심히 준비해 갔다. 떨기도 떨었고, 뭔가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에 말을 혼자서 엄청나게 많이 했다. 박찬호 저리 가라 깊이 무슨 물어보지도 않은 말도 엄청나게 했다. 이 면접썰은 매년 만날 때마다 나를 놀리려고 누군가 꼭 한다. 그때의 나는 열정을 보여주고자 최대한 많이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긴 웃기는 놈이다.
이제 새로운 학기 새로운 시작을 학생회와 같이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수업을 같이 들을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리고 학생회가 좋은 것이 서로 비슷한 목적을 가진 친구들이 같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것도 학술적으로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각 동아리 마다 성격이 있지만 학생회는 학술적이 도움과 친목이 둘 다 이루어지는 공간이어서 정말 좋았다. 학부생 시절 나의 목표는 좋은 학점 만들기였다. 군대를 다녀오고 전과를 했기 때문에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나의 우선순위는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이었다.
같이 과제를 하고, 모르는 것을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고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지난 학부 시절을 뒤돌아 보니 나쁘지 않은 학부생활을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학생회에 들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나고 보면 이들 중 반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반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는 우리 학생회 친구들. 오랜만에 회상하니 글이 학생회 추억팔이로 바뀌어버렸다.
이때가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한 1년이라고 생각한다. 미적분학 2 저 과목은 정말 경영학과 출신으로 아니 고등학교 문과 출신으로 가장 힘들었던 과목이다. 솔직히 이해가 하나도 되지 않아서 어떻게 푸는 방법만 겨우 익혀서 겨우 B+를 받았다. 어떻게 이상하게 생긴 물체의 겉넓이를 알 수 있지? 아직 생각해도 신기하다.
또한 학생회의 장점으로는 학교 소식을 가장 빠르게 알 수 있었다. 마당발인 친구들과 소통대장들이 재미난 이야기들과 좋은 소식들을 가장 빠르게 전달해 주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특히 대학생부터는 자기 스스로가 정보를 찾는 게 능력이 되는 시기인데 이런 친구들과 함께 있었기에 더 많은 정보들을 얻었지 않았을까 싶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하는 봉사프로그램인데 시급이 따로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내가 이 친구들과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빨리 얻지 못하는 정보였다.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인생에 있어 같은 방향을 보고 달려가는 친구들이 옆에 함께 존재하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지금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들도 만들어 갔었던 나의 학생회 이야기, 끝.